오늘 소개할 음식은 신주쿠 스미요시초에 위치한 멘야 니시카와(麺屋西川)의(麺屋西川) 규코츠 라멘입니다. 규코츠 라멘은 일본에서 그리 대중적이지 않은 음식입니다. 규코츠(牛骨)를 우리나라 말로 풀어보면 소의 뼈라는 뜻입니다. 규코츠 라멘은 말 그대로 소뼈로 육수를 낸 라멘입니다. 우리나라 음식은 소뼈를 사용해서 만든 육수를 많이 사용합니다. 설렁탕, 곰탕, 갈비탕 등 소뼈 자체를 삶아 만든 육수에 고기, 파, 당면 등을 넣어서 그대로 먹는 음식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소뼈 아니 사골이라는 표현이 적합하겠군요. 사골은 아주 대중적입니다. 이 말은 규코츠 라멘이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이란 겁니다.
일본은 라멘의 천국입니다. 우리나라의 치킨집만큼 라멘집이 많이 있습니다. 일본의 라멘은 소스에 따라서 미소(된장), 쇼유(간장), 시오(소금)시오(소금)로 구분이 됩니다. 이 정도는 상식으로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라멘의 국물 베이스인 육수는 어떻게 만들까요? 한국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라멘인 하카타 라멘의 국물을 생각해 보십시오. 하카타 라멘은 보는 즉시 ‘아 이건 돼지뼈를 삶아서 육수를 내었구나.’라고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카타 라멘이 아닌 라멘은 무엇으로 육수를 만들까요? 정답은 집집마다 다릅니다.
우리도 식당마다 특유의 레시피가 있듯이 일본 라멘집 육수도 집집마다 특유의 레시피가 있습니다. 하지만 베이스의 주류는 돼지와 닭입니다. 물론 야채나 생선을 사용하는 집도 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비주류입니다. 하카타 라멘은 돼지 뼈로만 육수를 내어 사용을 하지만 다른 라멘은 보통 돼지와 닭을 적정 비율로 섞어서 육수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닭으로만 육수를 내어 사용하는 라멘집도 꽤 있습니다. 닭으로만 육수를 내면 우리에게 익숙한 삼계탕 맛과 비슷한 맛이 납니다. 그러고 보니 닭으로 육수를 낸 라멘도 한국인에게는 크게 거부감이 없을 듯합니다.
위에서 규코츠 라멘이 일본에서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규코츠 라멘의 유래에 대해 잠시 알아보겠습니다. 규코츠 라멘은 돗토리현의 음식입니다. 돗토리현은 우리나라와 동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현인데요,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시마네현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이해하기가 조금 쉽겠지요.
돗토리현은 큰 산을 품고 있어 목축업, 특히 소를 활발하게 사육하는 지역입니다. 원래 이 지역은 예로부터 농경용이나 식용으로 양질의 소를 많이 키웠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른 지역보다 소뼈를 비교적 쉽고 싸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구한 소뼈를 이용해 돗토리현 내 가게들이 라멘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대략 50년 전입니다. 돗토리현 요나고에 전해진 만주 요리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지금은 돗토리 전역에 규코츠 라멘집이 있습니다. 돗토리가 고향인 사람들은 라멘에는 원래 소뼈를 우린 육수를 사용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돗토리현에서 유명한 규코츠 라멘집으로 가미토쿠(香味徳), 이노요시(いのよし), 고쯔오라멘(ごっつおらーめん) 등이 있으니 돗토리현에 갈 일이 있으면 꼭 들려보시기 바랍니다.
신주쿠 스미요시초에 위치한 멘야 니시카와(麺屋西川)의(麺屋西川) 규코츠 라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라멘을 받는 순간 다른 라멘과 틀린 것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국물이 맑습니다. 보통 라멘 국물은 탁한 편인데 규코츠 라멘은 맑은 국물입니다. 마치 갈비탕의 맑은 국물 같다고나 할까요. 비주얼도 그렇게 거부감이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친숙한 느낌입니다. 또한 붉은색을 띠고 있는 로스트비프가 2장 올려져 있습니다. 차슈의 개념입니다. 로스트비프 자체만으로 상당히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듭니다. 국물을 한 번 떠먹는 순간 익숙한 그 맛입니다. 담백하고 목 넘김이 부드러운 본고장의 소고기 육수입니다.
가게 주인이 제가 한국인인걸 알고 매운맛도 괜찮은지 물어보며 라멘에 고춧가루를 넣어서 먹어보라고 권합니다. 고춧가루 한 종지를 받아서 그대로 국물에 넣어 휘휘 저어서 한 입 떠먹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먹었던 경상도식 소고기 국밥 맛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바로 그 맛입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 손을 잡고 읍내 5일장에 나가면 큰 가마솥에 소고기 국밥이 부글부글 끓고 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그 소고기 국밥처럼 깊은 맛이 없습니다만 외국에서 느끼는 맛은 뭐라고 해야 할까요 혀가 느끼는 맛이 아닌 가슴이 느끼는 맛, 기억이 느끼는 맛입니다. 눈 깜짝할 새 다 먹어 버렸습니다. 사실 양이 좀 부족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던 주인이 슬며시 밥 반 공기를 내어줍니다. 밥을 남은 국물에 넣어서 맛있게 말아먹었습니다.. 일본에는 말아먹는 풍습이 없는데 이런 내가 이상해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뭐 눈치 볼게 어디 있나요 내가 맛있게 먹으면 그만입니다.
주소 : 〒162-0065 東京都新宿区住吉町2−12 山崎ビル
한글로 「신주쿠 스미요시초2-12」라고 구글맵에 입력하시면 됩니다.
일본에 놀러 오시면 꼭 규코츠 라멘을 드셔 보십시오.. 사실 한국 사람에게 일본의 라멘은 호불호가 갈립니다. 하지만 이 라멘은 한국인이 가장 친숙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라멘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맛에 대한 평가는 100% 주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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