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여행

[일본음식] 바싹한 튀김옷과 육즙이 어우러진 야마사키 돈가스(山さき とんかつ)

경양식집과 돈가스

오늘 소개할 음식은 싫어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돈가스입니다. 돈가스는 튀긴 음식 중 우리가 가장 손쉽고 자주 접하는 음식입니다. 지금은 학교 급식에도 나올 정도로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지만 제가 어릴 때 돈가스는 상당히 고급 음식이었습니다. 경양식집 같이 촌에서는 나름 고급 음식점에 가야만 돈가스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저의 고향에는 읍내 가장 요충지인 읍사무소 옆에 경양식집이 있었습니다.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돈가스를 먹었습니다. 한날은 제 담임 선생님께서 주말 과학실 대청소를 시키셨습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친구 두 명과 투덜거리며 학교 과학실 청소를 했습니다. 청소하면서 가장 생생하게 기억에 남은 건 해부된 체 병에 담겨 있는 개구리를 버린 일이었습니다. 징그럽기도 했고 이렇게 큰 개구리가 있다니 조금 충격이었습니다.(지금 생각해보면 황소개구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청소를 마치니 선생님께서 고맙다며 읍내 경양식 집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 돈가스를 시켜 주셨습니다. 사실 그 전까지 돈가스라는 음식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조금은 어두침침한 실내에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말쑥한 차림의 20대 초반 웨이터가 먼저 스프를 내어 주었습니다. 크림 스프였는데 이 또한 난생 처음 보는 음식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많이 드셔보셨는지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된다는 말씀과 함께 드시기 시작했습니다. 친구 두 명과 저는 서로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다 숟가락을 들고 한 입 먹었습니다. 입에 넣는 순간 엄청 느끼했습니다. ‘뭔 맛이 이래라는 생각과 함께 다 먹어야 하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옆에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얼굴 속에 맛있다는 표정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다들 촌놈인지라 이런 음식을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야채샐러드가 나왔고 이어서 돈가스가 나왔습니다. 선생님은 이번에도 시범을 보이셨습니다. 포크와 칼을 들고 이렇게 썰어서 먹는 거야라며 우아한 모습을 시연하셨습니다. 선생님이 엄청나게 아름답고 지적으로 보였습니다. 나도 저렇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데미그라스 소스가 잔뜩 뿌려진 돈가스를 입 안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크림스프 덕분에 맛을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반전이었습니다. 황홀했습니다. 세상에 없는 맛이었습니다. 이런 음식도 있었다니 크림스프 따위의 안 좋은 기억은 금세 사라졌습니다.

야마사키 돈가스

일본에 와서 돈가스를 원 없이 먹었습니다. 출장 가는 길에, 산책 중에 등 시도때도 없이 돈가스를 먹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튀김옷의 바싹거림과 육즙이 흐르는 고기의 풍부한 맛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식당도 그 시절 자주 갔던 신주쿠 아케보노바시에 위치한 야마사키 돈가스입니다. 이 식당은 돈가스 맛도 훌륭하지만 가격도 훌륭합니다. 엄청난 가성비를 자랑하는 가게입니다. 로스카츠 정식이 단돈 7백 엔입니다. 일본에서 맛이 괜찮은 돈가스를 먹으려면 1천 엔 정도는 각오해야 하는데 이 식당은 아주 저렴합니다.

미닫이를 열고 식당으로 들어서면 오픈된 주방이 보입니다. 테이블 석과 카운터 석이 있습니다. 메뉴는 로스카츠 정식, 히레카츠 정식, 믹스 정식 등이 있는데 저는 항상 로스카츠를 시킵니다. 참고로 히레카츠는 돼지고기 안심이고 로스카츠는 돼지고기 등심을 사용해서 만듭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주방장이 차와 배추절임을 내어주며 주문을 받습니다. 당연히 오늘도 로스카츠입니다. 주문과 동시 주방장은 고기에 튀김옷을 입히고 튀기기 시작합니다.

로스카츠

드디어 로스카츠 정식이 나왔습니다. 흰 접시에 두툼한 로스카츠와 양배추가 한 가득입니다. 겨자 소스도 접시 한편에 듬뿍 담아 주십니다. 언뜻 겨자 양을 보면 조금 놀랄 수도 있지만 먹다 보면 어느새 사라집니다. 흰 쌀밥도 고봉으로 줍니다. 한국 식당 밥 두 공기 정도의 양입니다. 그리고 시지미 된장국 이것도 별미입니다. 시지미는 한국말로 재첩입니다. 일본 돈가스 가게에 가면 돈가스와 재첩 된장국을 같이 주는 곳이 꽤 있습니다. 재첩 된장국 특유의 맛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속을 달래 주기 때문입니다. 돈가스가 무슨 술도 아닌데 웬 재첩이라는 말씀을 하실 수 있지만 재첩 된장국과 함께 돈가스를 드셔 보십시오.. 그러면 자연스럽게 제 뜻을 아실 수 있습니다.

돈가스 위에 소스를 뿌립니다. 양배추 위에도 뿌립니다. 양배추 드레싱이 따로 있지만 저는 돈가스를 먹을 때 양배추에도 돈가스 소스를 뿌려서 먹습니다. 그래야 돈가스 맛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돈가스의 끝부분 고기부터 먹기 시작합니다. 겨자를 바르고 젓가락으로 집어 한 입에 넣습니다. 갓 튀겨진 돈가스가 입을 즐겁게 하고 바싹바싹 씹히는 소리가 귀도 즐겁게 합니다. 다음으로 밥을 한 입 가득 우물거리다 양배추와 같이 먹습니다. 먹고 나면 양배추와 돈가스 소스가 입 안에 여운을 남깁니다. 이 때 재첩 된장국을 한 모금 마시면 입이 개운해집니다. 먹는 상상을 하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맛이 입안에 핑 돌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꼭 오셔서 드셔 보시기 바랍니다. 야마사키 돈가스 추천 드립니다.

돈가스 먹는 영상